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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생활/웹과 IT

네이버나 구글이 좋은 기업이 되어야 하는 이유

 
- 김중태(IT컬럼니스트, www.dal.co.kr)
국내 IT기업을 비판하는 이유는 좋은 기업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적지 않은 글을 통해 국내 IT기업이 고쳐야 할 점에 대해 비판하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내가 국내 IT기업을 비판 또는 비난하는 이유는 이들 기업이 좋은 기업으로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이다. 좋은 기업이란 무엇인가? 상식적인 선에서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행복을 주면서 그 대가로 돈을 버는 기업이다. 반면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을 불편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기업은 나쁜 기업이다.

삼풍백화점 이용자들이 바라는 것은 삼풍백화점이 더 많은 물건을 싸고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삼풍백화점은 나쁜 기업이었다. 부실로 건물을 지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건물 붕괴를 알리며 시정을 요구했을 때조차 간부라는 인간은 안전한 곳에서 물건부터 대피하라고 전화로 지시했다. 그 결과 수 많은 무고한 목숨이 희생되었고 지금까지도 유가족의 눈물을 삼키고 있다.

삼풍백화점의 부실공사나 씨랜드의 무책임한 운영은 관련 종사자는 물론이고 업계 종사자 아닌 사람 중에도 꽤 많이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러나 누구도 나서서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 많은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치렀다. 당사자인 경영진이야 물론 나쁜 놈이지만 부실건물과 부실운영을 알고도 눈감아준 사람들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중 일부는 법적으로 벌을 받았을 것이고, 이중 일부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의 양심에 대한 가책까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부실공사, 부정축재, 편법상속, 장애인 문제,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의 문제를 끊임 없이 밝히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는 넓게는 사회의 행복을 위함이고, 이기적으로 봐도 자신 또는 가족의 행복과 결부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에 많은 예산을 쓰고 장애인을 돕기 위해 잠깐의 불편함을 참는 이유는 함께 사는 사회이기 때문인 동시에, 1분 후에 나를 비롯해 내 아들 딸이 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가서 왜 이 사회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제도가 미약하다고 울분을 토할 것인가? 결국 장애인을 위한 투자는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행위인 동시에 자신의 미래를 위한 투자인 셈이다. IT 분야에서 장애인과 리눅스, 매킨토시, PDA 등의 소수 사용자를 위해 웹표준을 준수하려 노력하고 웹접근성을 향상시키려 노력하는 이유도 사회적 책임인 동시에 우리도 시각 청각장애인이 될 수 있고, 리눅스 단말기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IT기업을 비판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 역시 나와 우리 가족 이웃이 네이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세상 만사 모든 일에 다 참견해 목소리를 낼 수는 없지만 여력이 허락하는 한 좋은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또한 네이버나 다음에 대해 자주 비판하는 이유는 이들 기업이 선두 기업이기 때문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평범한 국민의 한 마디에는 관심도 없지만 대통령의 한 마디에는 많은 사람이 비판을 하는 것처럼 네이버가 1위 기업이기 때문에 더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좋은 기업' '좋은 한국 기업'을 원한다.

누구는 구글이 외국기업이니 국내 시장에서 실패해야 하고, 네이버는 국내 기업이니 잘 커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친절함과 좋은 기술, 싼 비용으로 한국인을 고쳐주는 외국병원은 망해야 하고, 불친절과 엉터리 시술로 사람 죽여놓고도 책임 지지 않는 한국병원은 잘 커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불 타는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외국인 선생이 운영하는 외국인 유치원은 망해야 하고, 부실 운영에 화재로 아이들 타죽는데도 자기 먼저 도망가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 유치원은 1위로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사람이 죽어가도 쳐다보지 않는 불친절하고 비싼 병원, 엉터리 치료로 내 가족을 죽여놓고도 발뺌하거나 환자 가족에게 모함을 하는 병원은 나쁜 병원이다. 우리는 이런 병원을 원하지 않는다. 즉 외국기업이냐 한국기업이냐 하는 잣대는 나나 우리 사회의 행복을 위한 기준이 될 수 없다. 이 세상 사람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눌 수 있고, 기업 또한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으로 나눌 수 있다. 나는 우리의 삶에 필요한 기업을 골라내는 잣대를 좋은 기업이냐 아니냐로 삼으며, 외국기업이냐 한국기업이냐로 나누지 않는다.

다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래도 우리나라 기업이 우리에게 더 좋은 기업인 경우가 확률적으로 높다. IMF 때 국내 은행과 기업을 인수한 외국기업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대개 상처와 고통 뿐이었고, 자기 나라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나쁜 식품과 제품을 개발도상국에는 판매하는 일도 외국기업들이 자주 저지르는 행위이기 때문에 외국기업을 의심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도 많은 사람의 목숨과 피눈물을 강요한 나쁜 기업이 있고, 한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지만 한국인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외국 기업이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기업은 '무조건 한국 기업'이 아니라 '좋은 기업' 또는 '좋은 한국 기업'이어야 한다.


네이버와 구글 모두 좋은 기업이 될 때 우리는 좀더 행복해질 수 있다.

때문에 나는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기업이 '좋은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당장 네이버나 다음이 힘들어지면 나와 내 가족이 불편하다. 때문에 나는 네이버가 지금보다 더 돈을 많이 벌고 그 돈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많이 제공하기를 바란다. 마찬가지 이유로 나는 다음이나 야후, 엠파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좋은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현재의 네이버에 대해서 말하자면 좋은 기업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네이버의 사전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이런 좋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네이버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개선할 점이 많지만 지식인이나 블로그 서비스도 좋은 서비스다. 하지만 네이버는 선두기업으로 여전히 고쳐야 할 점이 많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네이버나 국내 기업이 고쳐야 할 점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할 것이다.

누구는 "뭐 구태여 잘못을 지적하느냐."라고 말하는데, 자기 아들딸이 **화재로 목숨을 잃어도 그런 소리 할까? 지하철이 화재예방에 취약하니 개선해야 하고, 삼풍백화점 붕괴위험 있다며 위험을 경고하는 사람에게 "왜 그딴 소리를 하고 다니냐?"고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나는 '나쁜 사람' '나쁜 기업'이 없는 좋은 사회를 꿈꾸기에 이들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함께 개선하자고 말을 하는 것이다. 네이버나 구글이 좋은 기업이 될 경우 그 혜택은 우리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이며, 우리는 좀더 편리하고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바른 비판이 작은 씨앗이 되어 국내 기업이 변화를 하고 더욱 좋은 기업이 된다면, 결국 가장 큰 결실을 얻는 기업은 해당 기업이 된다는 사실이다. 네이버가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했을 때 그 결과는 네이버에게 유리해지는 것이지 구글에게 유리해지는 것이 아니다.

최종 결정과 실천은 국내 IT기업 스스로에 달렸다. 이들 기업 스스로 좋은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이들 기업의 흥망성쇠가 달라질 것이며, 구글과 경쟁에서 살아남거나 구글 이상 가는 세계적인 IT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