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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생활/직장생활

상사와 부하, 영원히 어긋나는 기대… 해법은?

 
대기업 정모 대리(29)는 입사 이래 최대의 고비를 맞았다. 입사 3년차에 접어들자 이제 업무도 손에 익고 회사 돌아가는 사정도 보이는데, 직속상사인 과장이 업무의 세세한 부분까지 자신을 간섭하기 때문이다.

업무의 조율 정도가 아니라, 진행 순서나 형식까지 상사의 방식에 맞춰야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에 입맛을 다 잃을 정도다.

리더의 자질이라곤 전혀 없는 상사에게 리더십에 관한 책이라도 대놓고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다.

반면에 정 대리의 직속상사인 김모 과장(34)은 생각이 다르다. 입사 3년차인데도 스케줄을 일일이 간섭하지 않으면 제때 업무를 끝내지도 못하고, 서류 하나 흡족하게 작성하지 못하는 정 대리가 답답할 뿐이다. 업무 중간 중간에 보고라도 해주면 시행착오를 방지할 수도 있으련만, 피드백을 주려 하면 공공연하게 반박부터 하려드니 어디 가서 일 좀 더 배우고 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 화성에서 온 상사, 금성에서 온 부하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과 리서치 전문 기관 폴에버가 함께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85.8%가 ‘상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커리어 센터의 설문에 의하면 20대 직장인의 75%는 상사 때문에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상사, 금성에서 온 부하’라는 말이 다 나왔을까마는 숙명이라고 단념해버리기에는 갈등의 골이 깊고, 조직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다.

미국 100대 기업의 인력관리팀장을 지내고 현재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신시아 샤피로는 자신의 저서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도서출판 서돌)에서 이 숙명적 갈등의 고리를 푸는 핵심적인 열쇠를 제공한다.

◎ 인정받는 부하가 갖춰야 할 요건은 ‘실력’만이 아니다

샤피로는 “문지기를 따돌리면 결코 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문지기는 곧 상사이며, 그는 부하직원이 성공과 승진의 문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다른 관리자들은 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그의 가치가 얼마인지 일일이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직원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상사에게 일임한다.

따라서 당신에 대한 평가는 당신에 대한 상사의 평가에 달려있다는 것. 상사를 따돌리고 회사가 마련한 높은 사다리에 오르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부하직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바로 “상사를 돋보이게 하는 일”이라고 샤피로는 단언한다.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려 애쓰기보다 조직에 협력하는 모습이면서 상사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야말로 회사에서 재원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상사의 현실적인 가치를 냉정하게 인정하라. 나아가 그를 돋보이게 하라. 그게 어렵다면 차라리 그를 연민하라. 무엇엔가 쫓기고 있으며 자기도 모르게 열 배는 힘들게 일하며 팀원에게 따돌림까지 당하는 그를.

그러나 역시 최고의 방법은, 상사가 가진 장점과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능력을 크게 확대해서 인정하는 것이라고.



◎ 상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카리스마’가 아니다

신시아 샤피로가 상사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바로 ‘봉사정신’이다.

‘팀원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팀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직장에서 팀원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묻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하라고 말한다.

따라서 가장 위험한 상사는 바로 ‘직원들을 자신의 지시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상사’이다. 진정한 리더는 결코 혼자 결정하고 지시하지 않는다. 궁극적 목표에만 집중하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찾도록 팀원들을 격려하고, 팀원들이 그 길을 가는 동안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자세라는 얘기다.

부하의 실적은 리더가 앞길을 어떻게 닦아주느냐에 달렸다. 부하 앞에서 뛰기보다 뒤에서 지원할 때 부하는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이제는 부하가 당신을 위해, 회사를 위해 맘껏 달릴 수 있도록 길을 내어주라.



▶ 상사와 부하, 서로의 ‘눈높이’를 맞춰라

샤피로가 제시하는 해법은 ‘그들 대 우리’라는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어떤 회사 어떤 직급이든, 다른 직급과 다른 자신들만의 공감대와 문화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것이 조직에 몸담은 구성원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가장 큰 함정이다. 어느 직급에 있든 다음 단계의 사람들과 대치되는 진영에 배치하면 당신은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없다. 그리고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관리자는 아래 사람들의 마음과 실력을 얻을 수 없다.

상사와 부하는 같은 진영, 한 배를 탄 사람들이다. 그들이 서로 으르렁대고 진영을 나누면 어떤 싸움에서도 승리할 수 없다. 모두가 지는 게임인 것이다.

그 상사 또는 그 부하와는 도저히 일 할 수 없다면, 차라리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
노컷뉴스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