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보와 생활/채용/취업 뉴스

합격을 부르는 ‘결정적 한마디’

합격을 부르는 ‘결정적 한마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면접관들이 말하는 최고의 답변
[면접관] 열정과 승부근성이 부족해 보입니다. 직장생활에 부적합 한 것 같은데요?

[지원자] 면접관 님, 혹시 인터넷게임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면접관] 인터넷게임이요?

[지원자] 저는 한게임이라는 게임사이트의 고스톱머니 12억원과 포카머니 150조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면접관] 그게 열정이나 승부근성과 관련이 있나요?

[지원자] 저는 한번 지면 절대 잠을 자지 않습니다. 그 게임머니를 모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며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승부에 매진한 적이 부지기수입니다. 게임머니 예 하나만으로도 저의 승부근성과 열정에 대한 의지를 설명드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롯데쇼핑이 실시한 인턴사원 면접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취업준비생 얘기다. 취업면접을 잘하는 데는 왕도(王道)가 없다. 하지만 각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꼽는 인상 깊은 대답은 분명 있었다. 공통점은 창의력이 돋보이며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한 경우였다. 회사만을 사랑하겠다는 일편단심형도 면접관들의 호감을 샀다.


재치보단 현실적인 창의력을 발휘해야

“당신은 회사동료들과 함께 아프리카를 여행 중이다. 그런데 동료 중 한 명이 풍토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되었는데 특효약이 한국산 고추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까지는 3일이 남았는데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효성그룹에서 창의성을 보기위해 면접자들에게 낸 질문에 대한 가장 인상 깊었다는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CNN 등 국제적인 방송사에 제보를 합니다. 많은 사람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고 한국의 고추장이 특효임을 소개해 방송을 타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가장 가까운 한국대사관이나 한국사람으로부터 고추장 구호품이 올 것입니다. 국위선양 및 고추장의 글로벌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고, 회사에도 식약품사업부를 신설, 고추장의 글로벌 판매에 나서야 합니다.”

효성 인재개발담당 김영원 상무는 “많은 입사지원자들이 창의를 잘못 해석하여 기발한 대답만을 준비하는 경향이 있지만 창의적이란 말은 기발한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자원과 시간을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재치 있는 답변으로 분류된 “가짜 약을 만들어 아픈 사람이 착각해 3일 동안 버티게 한다”라든지,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등은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즉흥적인 답변은 오히려 감점 요인이다. “커피에 소금이 든 것을 맛 보지 않고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 지원자는 “후각이 발달해 냄새로 맞출 수 있다”고 대답했다. 실제 테스트를 했더니 모두 소금이 든 커피를 가려내지 못했다. 틀린 이유를 묻자 “아마 중국산 소금인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원자는 스스로 재치있는 대답이라고 생각했지만, 면접관은 순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로 평가했다.



준비물 활용한 면접 사례

현대모비스에서 면접을 담당했던 한 임원은 “자신을 표현해 보라는 요청에 대해, 입사 전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체적인 ‘물증’을 통해 제시한 응시자가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그 물증은 자신이 만났던 명함 500장이었다. 다른 응시자들보다 훨씬 폭넓은 인적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강조한 셈이다. 이 응시자는 입사 후에도 관련 분야에 근무하면서도 면접 때 제시했던 인적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업무 능률을 높이고 있다고 이 임원은 말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각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선정한 올 상반기 ‘베스트 & 워스트’ 지원자 사례를 발표한 내용에도 이같은 경향이 그대로 녹아있다. 한화갤러리아 인사담당자는 면접관들에게 갤러리아백화점 특정 점포에 대한 ‘중장기 발전방향 보고서’를 배포한 지원자를 베스트 사례로 꼽았다. SK C&C의 한 지원자는 집단면접 1시간 전 면접장에 도착, 같은 조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문을 구하는 등 강한 문제 해결 의식을 보여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눈에 띄어야 산다

애경 인사담당자는 면접관들에게 음료수를 하나씩 돌리며 “면접 보시느라 목이 많이 아프시죠?”라고 친절하게 인사한 지원자를 베스트 사례로 꼽았다. 팀 별 채용을 주로 하는 YBM에듀케이션은 “홍보팀 직원 채용 시 학창시절부터 사회생활 경력 등을 모두 기사형태로 작성하고, 사진에 캡션을 추가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지원자에게 좋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이밖에 자격증을 A1 사이즈로 확대복사해서 들고 온 지원자, 면접 중 팔굽혀 펴기를 하는 등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과시한 지원자도 인사담당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호경업 기자 ho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