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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생활/채용/취업 뉴스

자기 마케팅 방법

취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이력서와 함께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서류로서 자기소개서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 간단한 서류가 천편일률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판별할 방법이 없고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기를 과연 효율적이고 인상적으로 잘 소개했는지 확신이 없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백 장중 아흔아홉 장은 이렇다. 첫째 단락에는 가족과 성장과정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엄격하신
아버님, 자애로우신 어머님, 귀여운 동생들이 등장하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행복한 유년 생활을 했다고 쓴다.
둘째 단락은 학교생활이다. 학급에서 임원을 하고, 동아리 활동은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쓴다.
크고 작은 행사를 치르면서 느낀 점을 적는다. 세 번째 단락은 해외여행이나 인턴 경험이다. 교환학생, 어학연수
에서의 경험, 시급제 고용원으로서의 경험 등등이 소중했다고 한다. 네 번째는 지원 동기나 포부이다. 합격만
시켜주면 낮과 밤을 바꾸어 사는 일이 있더라도 열심히 일하겠다고 한다.
이런 소개서는 너무나 평범하다. 너무 평범하므로 회사에서의 실무자는 절대로 꼼꼼하게 읽지 않는다.
자기소개서가 변별력이 없으므로 결국은 출신학교의 지명도와 취득학점, 토익 점수 같은 그나마 객관적이라
생각되는 것들로 대충 서류 심사를 끝낸다.
서류 심사하는 실무자로서는 선별 업무를 상사에게 보고할 때, 어느 소개서가 얼마나 좋아서 합격시켰다고
말할 근거가 없으니 이렇게 객관화된 기준에 의하여 선별했다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위와 같은 자기소개서의 가장 큰 결함은 고객 지향적이 아니라 공급자 지향적이라는 것이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는 목적은 취업을 원하는 젊은이가 자기의 지식, 시간과 노동력 즉 근로를 회사에 판매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의 근로를 사 줄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혹은 어떤 회사라고 취업희망자가 인식하고 있는지를
기술하고, 이러한 인식 위에서 자기가 이런 훌륭한 회사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방향을 수행하기에, 혹은 그
회사의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어떤어떤 사유로, 가장 적합한 인재임을 역설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조선소의 경우 노무관리가 중요한데 자기는 무슨 특질이 있어 이 분야에 자신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말하여야 한다. 살 사람이 무엇을 사고자 하는지 알아내어야 팔 사람이 팔 것을 정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무턱대고 나의 건강한 젊음을 가져가라는 말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수백 명의 경쟁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한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취업할 회사에 대한 연구는 꼭 필요하다. 바지를 사고 싶은 사람에게
저고리를 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음으로는 표현에 관한 것이다. 깨알같이 작은 활자로 행간 간격을 촘촘하게 만들어서 제시하는 것은 아예 읽지
말라는 신호와 같다. 담당자는 비슷한 종이를 수백 장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파워 포인트
같은 프레젠테이션 도구를 사용하여 글과 이미지를 적절하게 배치하여야 한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길게 쓰는 것보다는 가족사진 한 장 붙여 놓고 간단히 설명하는 일이 훨씬 더 상큼하
다. 연도별로 학업을 어떻게 성취하였는지 보여 주기 위하여서는 엑셀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그래프를 그리면 어
떨까?
이력서에 이런 사무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기술하는 것보다 이렇게 실제로 사무에 쓰는 도구들을 이용한 서류를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해당 회사의 로고를 전면에 배치하고
자기의 얼굴 사진을 나란히 놓는 것 같은 아이디어는 기본 센스이다.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사회에 진입하는 것이 힘든 요즈음의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군가가 빨리 이 현상을
타파하여 이웃 일본과 같이 한 사람의 젊은이가 여러 군데 일자리를 놓고 고민하여야 한다. 우리 청년들은 반드시
취업을 하여 보람찬 인생을 시작할 권리가 있다. 매일신문 칼럼을 읽었더니 취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청년이 있
다면 연락 주시기를….
김연신(한국선박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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