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언철 | 2007. 05. 28 | 주간경제 938호
최근 많은 기업들이 외부에서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영입된 외부 인재들이 조직 내에 잘 정착하여 성과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외부 인재들이 실패하는 원인 분석을 통해 성공적인 외부 인재 활용 방안을 찾아 보자.
야구의 메이저리그나 축구의 프리미어리그 소식을 접하다 보면,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기 위해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구단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데리고 온 선수가 구단의 기대에 걸맞게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몸값에 훨씬 못미치는 부진한 성적으로 퇴출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현상은 기업 세계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 주었던 인재라 하여 높은 연봉을 주고 데려왔지만, 막상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사례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경제·경영 잡지 파이낸셜 리뷰는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가 성공할 확률은 1/3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힘들게 확보한 인재들이 조직 내에서 제 역량을 펼치지 못하고 중도하차 한다면 기업으로서도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실패에는, 영입 당사자의 자질 부족 탓도 있겠지만, 인재를 영입한 조직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서는 외부 인재가 조직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원인을 조직의 관점에서 살펴 보고, 이를 통해 성공적인 외부 인재 활용 방안을 짚어 보도록 하자.
왜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가?
외부 인재 영입의 실패 원인을 살펴 보기 전에 먼저 왜 기업들이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재 전쟁(War for Talent)’, ‘인재 경영(Talent Management)’이라는 용어들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이제 사업의 성패는 얼마나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고 제대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마련하고 내부 인력 역량 강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시간이나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외부에서 역량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더 유리할 때가 있다.
특히,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에서는 인재를 장기적 관점에서 선발하고 육성하기가 쉽지 않다. 반도체, 소프트웨어, 생명공학 등의 산업들은 역량 강화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역량을 갖추고 준비되어 있는 인재를 외부에서 확보함으로써 대응해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픽 칩 시장의 경우, 신제품 출시 주기는 12~18개월에 불과하다 보니, 이를 따라 잡기 위해 NVIDIA, 인텔, ATI & VIA 등 시장 선두 기업들은 내부 인재 육성보다는 필요한 인재를 그때 그때 외부에서 받아들여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HR 전문 컨설팅 회사인 휴잇의 2007년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0% 이상이 인재의 부족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경쟁의 범위와 강도는 점점 넓어지고 강해지는데 인력 구조는 오히려 고령화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내부에서 충원하는 것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자연 외부의 유능한 자원을 확보하는데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굳이 인력 구조의 변화와 같은 현상을 들지 않더라도, 기업이 사업의 범위를 확대하고자 할 때, 외부 인재 영입은 중요한 성공 요건이 된다. 최근 국내 대형 은행들이 대출 영업에서 투자금융으로 핵심 수익 사업을 전환하기 시작하면서 제조업 등 비금융 부문의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여 성공할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으며 오히려 주위에서 실패 사례를 찾는 것이 더 쉬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외부에서 영입한 우수 인재들을 실패하게 만드는가?
외부 인재 영입이 실패하는 이유
1.영입 포지션 및 영입 목적에 대한 사전 준비 부족
사전에 영입 대상이 되는 주요 포지션과 외부 영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분명하게 준비해놓지 않으면, 외부 인재 영입은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외부 인재 영입은 갑작스런 경영 공백이나 환경 변화와 같은 사업적 필요에 의해 짧은 시간 내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사전에 영입하고자 하는 포지션이나 목적에 대해 사전적으로 충분한 분석이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영입 포지션과 영입 목적에 대한 사전 분석과 준비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사업 전략에 바탕을 둔 중장기적인 인력 운영 계획에서부터 시작한다. 현재 조직 내에 있는 인재 Pool과 주요 포지션별 요구 역량 분석을 통해 내부 육성이 가능한 포지션과 외부 영입이 필요한 포지션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전기 전력 회사 CLP Power는 사전에 개발된 리더십 모델에 따라 주요 임원 포지션별 필요한 역량을 정의하고, 그러한 역량에 맞는 인재를 확보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체 리더십 개발 센터와 임원 평가 기관을 통해 내부 인재뿐 아니라 외부에서 영입하는 인재에 대한 평가와 모니터링을 주기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중장기적 관점에서 비즈니스 수행에 필요한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2.충분한 검증 없이 이뤄지는 인재 영입
외부 영입 대상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학력이나 경력과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요소만으로 평가하여 채용하게 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최근 외부 인재 영입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외부 인재 영입을 경영진과 HR의 중요한 관리 목표 중의 하나로 삼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외부 인재에 대한 다각적인 정보 수집 및 엄격한 프로세스를 소홀히 한 채, ‘숫자 채우기’식 영입 경쟁에 빠질 우려가 없지 않다. 특히, 경쟁사가 동시에 영입을 고려하고 있는 대상일 경우에는 급한 마음에 조직에 정말 필요하고 적합한 인재라는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충분한 검증은 영입 인재와 조직과의 적합성이라는 관점에서 중점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외부에서 인재를 데려오고자 할 때, 능력이나 성과 측면에서 접근하게 되어 그 사람이 우리 조직 문화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 인재가 안정적으로 조직에 정착하여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직 가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전통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케팅 분야에서 내부 인재를 육성하기 보다는 유능한 외부 인력을 채용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조직의 고유 가치를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최근에는 내부 인재 육성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동시에 외부 인재를 채용함에 있어서도 단순히 그 사람의 역량뿐 아니라 가치관이나 태도와 같은 인성적인 측면을 검증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3.조직의 화합을 해치는 지나친 내부∙외부 인재간 경쟁
내부 구성원들과의 지나친 경쟁 구도 형성은 외부 인재가 성공적으로 조직 내 정착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외부 인재와 내부 인재의 경쟁을 강조하다 보면 상호 신뢰를 통한 조화 보다는 불신과 갈등에 빠질 우려가 더 크다. 회사 발전에 기여한 내부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끼거나 의욕 상실에 빠질 수 있으며, 외부 인력과 협력적 관계를 추구하기보다는 소모적 경쟁 상태로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인재 영입의 당위론을 펼 때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얘기가 모 그룹 회장이 설파했다는 ‘메기론(論)’이다. 미꾸라지들만 있는 곳에 메기를 몇 마리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움직여, 더 통통하게 살찐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기가 미꾸라지를 모두 잡아 먹거나, 미꾸라지들이 모두 단합해서 메기에 철저하게 맞서는 형국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적당한 수준에서의 긴장 관계는 상호 발전을 위해 유익하지만, 이것이 지나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시작하면 조직은 깨지고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 들고 말 것이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가 설득한 끝에 군사(軍師)로 데려 온 것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외부 인재 영입 사례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어렵게 모셔온 제갈공명이 조직에 안착하는 것이 처음부터 그리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20여 년 동안 유비와 동고동락했던 관우와 장비, 그리고 가신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온갖 어려운 고생을 다하면서 조직을 위해 애써 왔던 이들에게 갑작스런 제갈공명의 등장이 달가울 리 없었다. 소외감과 허탈감은 곧 외부 인재에 대한 거부감과 경쟁의식으로 번지고 조직의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보였다. 그러나 조직의 인화를 강조한 유비의 통합 지향적 리더십은 내외부 구별을 통한 경쟁이 아닌, 상호 존중과 신뢰에 바탕을 둔 팀웍 형성에 포인트를 맞춰 위기를 극복하게 만들었다.
4.외부 인재로부터 오는 변화에 배타적인 태도
외부 인재들은 기존 구성원들이 잘 보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외부 인재들이 갖고 온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대로 펼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느냐 이다.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Not Invented Here Syndrome’은 외부 인재들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할 때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그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를 데려 왔다 하더라도 다양성을 거부하고 기존의 것만을 고집한다면 외부 인재 영입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국내 기업의 배타적인 조직 문화 때문에 고충을 겪었던 어느 외부 영입 인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영입 첫 해에는 귀머거리, 장님, 벙어리가 되라고 요구한다. 그런 식으로 인재를 활용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무엇때문에 데려 왔는가?”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광고를 만들기로 유명한 BBH(Bartle Bogle Hegarty)에는 다음과 같은 이념이 있다. ‘모든 아이디어를 존중해라. 그것이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왔든지 간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그로 인한 변화를 인정해주는 조직 문화에서 외부 인재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과 생각을 맘껏 펼칠 수 있을 것이다.
헨리 체스브로 UC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 교수는 21세기 혁신 전략은 기업 내부 자원에 의존하는 ‘닫힌 혁신(Closed Innovation)’이 아니라 외부 아이디어와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외부의 아이디어와 자원을 활용하는데 적극적인 외부 인재의 영입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으며, 이는 외부로부터의 변화에 대한 유연한 태도에 의해 뒷받침될 때에 성공할 수 있다.
5.믿음이 결여된 단기 중심의 성과 요구
외부 영입 인재는 짧은 시간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그 누구보다 강하게 받고 있다. 자신을 향한 의심과 질투의 눈초리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더욱 잘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그럴수록 경영진이 믿음과 신뢰를 갖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빨리 성과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조급하게 채근하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이승엽 선수는 얼마 전 인터뷰를 통해 전 소속 구단과 현재의 구단을 비교한 적이 있다. 이전 구단 감독의 경우, 이 선수의 영입에 대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환영하였으나, 막상 시즌에 들어서서는 한두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일본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이 쉽지 않은데다, 감독마저 그런 냉정한 태도로 일관하다 보니 심적으로 더욱 부담을 느끼게 되어 생각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새로 옮긴 팀에서는 단기적인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끝까지 믿어주는 감독의 신뢰가 안정된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무엇보다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물론,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할 때에는 뭔가 즉각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장기적으로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인재가 적응하고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때까지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진이 외부 영입 인재에 대해 보여주는 믿음과 신뢰는 그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을 부여하고 지원하는 것을 통해 표출된다. ‘능력 있는 인재니 알아서 잘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방치하고 단지 결과만 챙기려고 든다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신제품 개발 책임을 지고 외부로부터 영입된 R&D 임원에게 새로운 조직을 맡기면서, 기존 구성원들 중에서 경험도 짧고 역량도 그리 높지 않은 인재들만을 골라 보내 주었다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축구를 개조하여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구었던 히딩크 감독의 성공 스토리 이면에는 믿음과 기다림이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도 학연이나 인맥 때문에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을 기존의 서열과 형식을 파괴하고 발탁하는 대담한 개혁을 시도하였다. 새롭게 선발된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의 초기 성적은 그야말로 초라하기 짝이 없었지만, 몇몇 축구 전문가들은 히딩크 감독을 적극 지지하였고 그의 선수 선발 권한에 대해서도 계속 존중해 주었다. 만약 단기적인 실패의 책임을 물어 히딩크 감독을 해임했거나, 선수 선발에 대한 권한을 제한하고 기존 방식을 고집했더라면, 2002년 월드컵 4강과 같은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맹목적인 외부 인재 영입은 주의해야
조직이 외부로부터 인재를 영입할 때에는 그에 대한 분명한 목적이 있다. 내부 인재로는 충족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채워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높은 연봉을 아까워하지 않고 힘을 들여 데려오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외부 인재 영입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제프리 페퍼 교수는 스타급 인재의 외부 채용에 대한 과신(過信)은 조직의 건강도를 해치고 구성원들의 의욕을 꺾을 염려가 있다고 우려한다. 내부 인재 육성과 외부 인재 영입이라는 균형 잡힌 인재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기업만이 치열한 ‘인재 전쟁’에서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최근 많은 기업들이 외부에서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영입된 외부 인재들이 조직 내에 잘 정착하여 성과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외부 인재들이 실패하는 원인 분석을 통해 성공적인 외부 인재 활용 방안을 찾아 보자.
야구의 메이저리그나 축구의 프리미어리그 소식을 접하다 보면,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기 위해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구단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데리고 온 선수가 구단의 기대에 걸맞게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몸값에 훨씬 못미치는 부진한 성적으로 퇴출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현상은 기업 세계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 주었던 인재라 하여 높은 연봉을 주고 데려왔지만, 막상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사례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경제·경영 잡지 파이낸셜 리뷰는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가 성공할 확률은 1/3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힘들게 확보한 인재들이 조직 내에서 제 역량을 펼치지 못하고 중도하차 한다면 기업으로서도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실패에는, 영입 당사자의 자질 부족 탓도 있겠지만, 인재를 영입한 조직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서는 외부 인재가 조직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원인을 조직의 관점에서 살펴 보고, 이를 통해 성공적인 외부 인재 활용 방안을 짚어 보도록 하자.
왜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가?
외부 인재 영입의 실패 원인을 살펴 보기 전에 먼저 왜 기업들이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재 전쟁(War for Talent)’, ‘인재 경영(Talent Management)’이라는 용어들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이제 사업의 성패는 얼마나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고 제대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마련하고 내부 인력 역량 강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시간이나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외부에서 역량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더 유리할 때가 있다.
특히,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에서는 인재를 장기적 관점에서 선발하고 육성하기가 쉽지 않다. 반도체, 소프트웨어, 생명공학 등의 산업들은 역량 강화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역량을 갖추고 준비되어 있는 인재를 외부에서 확보함으로써 대응해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픽 칩 시장의 경우, 신제품 출시 주기는 12~18개월에 불과하다 보니, 이를 따라 잡기 위해 NVIDIA, 인텔, ATI & VIA 등 시장 선두 기업들은 내부 인재 육성보다는 필요한 인재를 그때 그때 외부에서 받아들여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HR 전문 컨설팅 회사인 휴잇의 2007년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0% 이상이 인재의 부족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경쟁의 범위와 강도는 점점 넓어지고 강해지는데 인력 구조는 오히려 고령화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내부에서 충원하는 것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자연 외부의 유능한 자원을 확보하는데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굳이 인력 구조의 변화와 같은 현상을 들지 않더라도, 기업이 사업의 범위를 확대하고자 할 때, 외부 인재 영입은 중요한 성공 요건이 된다. 최근 국내 대형 은행들이 대출 영업에서 투자금융으로 핵심 수익 사업을 전환하기 시작하면서 제조업 등 비금융 부문의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여 성공할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으며 오히려 주위에서 실패 사례를 찾는 것이 더 쉬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외부에서 영입한 우수 인재들을 실패하게 만드는가?
외부 인재 영입이 실패하는 이유
1.영입 포지션 및 영입 목적에 대한 사전 준비 부족
사전에 영입 대상이 되는 주요 포지션과 외부 영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분명하게 준비해놓지 않으면, 외부 인재 영입은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외부 인재 영입은 갑작스런 경영 공백이나 환경 변화와 같은 사업적 필요에 의해 짧은 시간 내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사전에 영입하고자 하는 포지션이나 목적에 대해 사전적으로 충분한 분석이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영입 포지션과 영입 목적에 대한 사전 분석과 준비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사업 전략에 바탕을 둔 중장기적인 인력 운영 계획에서부터 시작한다. 현재 조직 내에 있는 인재 Pool과 주요 포지션별 요구 역량 분석을 통해 내부 육성이 가능한 포지션과 외부 영입이 필요한 포지션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전기 전력 회사 CLP Power는 사전에 개발된 리더십 모델에 따라 주요 임원 포지션별 필요한 역량을 정의하고, 그러한 역량에 맞는 인재를 확보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체 리더십 개발 센터와 임원 평가 기관을 통해 내부 인재뿐 아니라 외부에서 영입하는 인재에 대한 평가와 모니터링을 주기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중장기적 관점에서 비즈니스 수행에 필요한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2.충분한 검증 없이 이뤄지는 인재 영입
외부 영입 대상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학력이나 경력과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요소만으로 평가하여 채용하게 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최근 외부 인재 영입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외부 인재 영입을 경영진과 HR의 중요한 관리 목표 중의 하나로 삼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외부 인재에 대한 다각적인 정보 수집 및 엄격한 프로세스를 소홀히 한 채, ‘숫자 채우기’식 영입 경쟁에 빠질 우려가 없지 않다. 특히, 경쟁사가 동시에 영입을 고려하고 있는 대상일 경우에는 급한 마음에 조직에 정말 필요하고 적합한 인재라는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충분한 검증은 영입 인재와 조직과의 적합성이라는 관점에서 중점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외부에서 인재를 데려오고자 할 때, 능력이나 성과 측면에서 접근하게 되어 그 사람이 우리 조직 문화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 인재가 안정적으로 조직에 정착하여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직 가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전통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케팅 분야에서 내부 인재를 육성하기 보다는 유능한 외부 인력을 채용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조직의 고유 가치를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최근에는 내부 인재 육성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동시에 외부 인재를 채용함에 있어서도 단순히 그 사람의 역량뿐 아니라 가치관이나 태도와 같은 인성적인 측면을 검증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3.조직의 화합을 해치는 지나친 내부∙외부 인재간 경쟁
내부 구성원들과의 지나친 경쟁 구도 형성은 외부 인재가 성공적으로 조직 내 정착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외부 인재와 내부 인재의 경쟁을 강조하다 보면 상호 신뢰를 통한 조화 보다는 불신과 갈등에 빠질 우려가 더 크다. 회사 발전에 기여한 내부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끼거나 의욕 상실에 빠질 수 있으며, 외부 인력과 협력적 관계를 추구하기보다는 소모적 경쟁 상태로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인재 영입의 당위론을 펼 때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얘기가 모 그룹 회장이 설파했다는 ‘메기론(論)’이다. 미꾸라지들만 있는 곳에 메기를 몇 마리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움직여, 더 통통하게 살찐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기가 미꾸라지를 모두 잡아 먹거나, 미꾸라지들이 모두 단합해서 메기에 철저하게 맞서는 형국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적당한 수준에서의 긴장 관계는 상호 발전을 위해 유익하지만, 이것이 지나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시작하면 조직은 깨지고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 들고 말 것이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가 설득한 끝에 군사(軍師)로 데려 온 것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외부 인재 영입 사례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어렵게 모셔온 제갈공명이 조직에 안착하는 것이 처음부터 그리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20여 년 동안 유비와 동고동락했던 관우와 장비, 그리고 가신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온갖 어려운 고생을 다하면서 조직을 위해 애써 왔던 이들에게 갑작스런 제갈공명의 등장이 달가울 리 없었다. 소외감과 허탈감은 곧 외부 인재에 대한 거부감과 경쟁의식으로 번지고 조직의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보였다. 그러나 조직의 인화를 강조한 유비의 통합 지향적 리더십은 내외부 구별을 통한 경쟁이 아닌, 상호 존중과 신뢰에 바탕을 둔 팀웍 형성에 포인트를 맞춰 위기를 극복하게 만들었다.
4.외부 인재로부터 오는 변화에 배타적인 태도
외부 인재들은 기존 구성원들이 잘 보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외부 인재들이 갖고 온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대로 펼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느냐 이다.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Not Invented Here Syndrome’은 외부 인재들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할 때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그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를 데려 왔다 하더라도 다양성을 거부하고 기존의 것만을 고집한다면 외부 인재 영입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국내 기업의 배타적인 조직 문화 때문에 고충을 겪었던 어느 외부 영입 인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영입 첫 해에는 귀머거리, 장님, 벙어리가 되라고 요구한다. 그런 식으로 인재를 활용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무엇때문에 데려 왔는가?”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광고를 만들기로 유명한 BBH(Bartle Bogle Hegarty)에는 다음과 같은 이념이 있다. ‘모든 아이디어를 존중해라. 그것이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왔든지 간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그로 인한 변화를 인정해주는 조직 문화에서 외부 인재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과 생각을 맘껏 펼칠 수 있을 것이다.
헨리 체스브로 UC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 교수는 21세기 혁신 전략은 기업 내부 자원에 의존하는 ‘닫힌 혁신(Closed Innovation)’이 아니라 외부 아이디어와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외부의 아이디어와 자원을 활용하는데 적극적인 외부 인재의 영입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으며, 이는 외부로부터의 변화에 대한 유연한 태도에 의해 뒷받침될 때에 성공할 수 있다.
5.믿음이 결여된 단기 중심의 성과 요구
외부 영입 인재는 짧은 시간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그 누구보다 강하게 받고 있다. 자신을 향한 의심과 질투의 눈초리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더욱 잘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그럴수록 경영진이 믿음과 신뢰를 갖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빨리 성과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조급하게 채근하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이승엽 선수는 얼마 전 인터뷰를 통해 전 소속 구단과 현재의 구단을 비교한 적이 있다. 이전 구단 감독의 경우, 이 선수의 영입에 대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환영하였으나, 막상 시즌에 들어서서는 한두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일본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이 쉽지 않은데다, 감독마저 그런 냉정한 태도로 일관하다 보니 심적으로 더욱 부담을 느끼게 되어 생각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새로 옮긴 팀에서는 단기적인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끝까지 믿어주는 감독의 신뢰가 안정된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무엇보다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물론,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할 때에는 뭔가 즉각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장기적으로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인재가 적응하고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때까지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진이 외부 영입 인재에 대해 보여주는 믿음과 신뢰는 그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을 부여하고 지원하는 것을 통해 표출된다. ‘능력 있는 인재니 알아서 잘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방치하고 단지 결과만 챙기려고 든다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신제품 개발 책임을 지고 외부로부터 영입된 R&D 임원에게 새로운 조직을 맡기면서, 기존 구성원들 중에서 경험도 짧고 역량도 그리 높지 않은 인재들만을 골라 보내 주었다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축구를 개조하여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구었던 히딩크 감독의 성공 스토리 이면에는 믿음과 기다림이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도 학연이나 인맥 때문에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을 기존의 서열과 형식을 파괴하고 발탁하는 대담한 개혁을 시도하였다. 새롭게 선발된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의 초기 성적은 그야말로 초라하기 짝이 없었지만, 몇몇 축구 전문가들은 히딩크 감독을 적극 지지하였고 그의 선수 선발 권한에 대해서도 계속 존중해 주었다. 만약 단기적인 실패의 책임을 물어 히딩크 감독을 해임했거나, 선수 선발에 대한 권한을 제한하고 기존 방식을 고집했더라면, 2002년 월드컵 4강과 같은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맹목적인 외부 인재 영입은 주의해야
조직이 외부로부터 인재를 영입할 때에는 그에 대한 분명한 목적이 있다. 내부 인재로는 충족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채워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높은 연봉을 아까워하지 않고 힘을 들여 데려오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외부 인재 영입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제프리 페퍼 교수는 스타급 인재의 외부 채용에 대한 과신(過信)은 조직의 건강도를 해치고 구성원들의 의욕을 꺾을 염려가 있다고 우려한다. 내부 인재 육성과 외부 인재 영입이라는 균형 잡힌 인재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기업만이 치열한 ‘인재 전쟁’에서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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