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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취업사기 당해 귀국도 못하고 현지 막노동…가정파탄에 자살까지

[쿠키사회]해외 취업을 시켜주겠다는 인력송출업체 말에 속아 캐나다로 떠났던 가난한 근로자 수십명이 돈만 날리고 실직자 신세가 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출국을 앞두고 직장을 정리했던 피해자들은 가정파탄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는 귀국도 못한채 캐나다 현지에서 불법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최근 해외인력 송출사업체 E사의 사기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E사는 지난해 10월 몇몇 중앙일간지에 취업이민 광고를 내고 취업박람회까지 열었다. E사는 ‘1종 보통 운전경력이 2년 이상이면 캐나다에서 트럭운전사로 취업할 수 있고 영주권 신청도 가능하다’고 선전해 김모(48)씨 등 38명과 계약을 맺었다. 그 뒤 E사는 캐나다 벤쿠버 소재 B트럭회사와 계약이 됐다면서 피해자들에게 취업의뢰서를 나눠줬다. 그리고 취업비자를 내주겠다며 피해자들에게 각각 계약금 50만원과 수속비 500만원, 어학연수비 80만원씩을 받아 수억원을 챙겼다.

하지만 캐나다 취업비자는 올해 2월이 돼도 나오지 않았다. E사는 “현지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학생비자를 받으면 곧바로 취업비자로 전환해주겠다”고 피해자들을 다시 유혹해 기어코 캐나다로 출국시켰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벤쿠버에 50일이나 머무는 동안 취업비자는커녕 학생비자도 나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김씨 등은 B트럭회사를 직접 찾아갔다.그러나 B트럭회사는 “E사에 취업의뢰서를 발행한 적이 없다”며 황당해했다. 설상가상으로 캐나다 이민국은 취업의뢰서마저 가짜라고 확인해줬다.

김씨 등은 지난 4월 귀국해 E사 대표 손모(49)씨에게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손씨는 회사의 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모(46)씨가 자금을 횡령해 해외로 달아났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피의자 도주로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 한 사이 출국을 앞두고 다니던 직장과 사업을 급하게 정리한 피해자들은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에서 포크레인 대여업을 했던 신모(47)씨는 헐값에 장비를 처분하고 집까지 팔아넘겼다. 자녀들은 다니던 학교도 그만뒀다. 그러나 신씨는 사기를 당하고 귀국한 뒤 부인과 심한 다툼 끝에 별거에 들어갔고 최근에는 우울증에 시달리다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특히 38명의 피해자중 한국에 돌아와도 갈 곳이 없는 7명은 아직도 벤쿠버에 남아있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시간당 10불의 저임금을 받고 양계장이나 생선가공 공장에서 몰래 일하는 불법노동자 신세가 됐다. 김씨는 “해외 취업을 통해 삶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가난한 40∼50대 피해자들은 이번 사기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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