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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10대, 연봉은 당신의 10배!

▲ 마이이어북을 창업한 캐서린 쿡(사진 오른쪽)과 데이비드 쿡 남매가 노트북 PC로 자신들의 사이트를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값싸고 쉬워진 인터넷 개발 환경과 자신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결합, 2년여만에 회원 수 300만명이 넘는 10대 중심의 온라인 모임 사이트를 만

[Cover Story] IT업계, 10대 창업 바람 마이이어북닷컴 창업남매 핫이슈 · 또래 방문자들 호응얻으며 ‘대박’ 10대들이 원하는 것 정확히 알아 · 창업환경 조성돼 지속될 전망

당신의 아이가 당신 연봉의 열 배를 벌어온다면? 미국 IT업계에 불고 있는 ‘10대 창업 바람’은 이 같은 환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IT 환경의 보편화와 웹 2.0(사용자의 참여가 늘어난 인터넷)의 도래로 사용자가 온라인 사업을 일으키기 간편해진 결과, 이제는 10대 소년·소녀들까지도 손쉽게 닷컴기업을 창업하고 있는 것.

10대에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이는 이들 기업의 주인공들을 살펴본다.


10대 창업자의 선두, 쿡 남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USA 투데이 등 주요 외신들은 최근 잘 나가는 10대 중심의 온라인 모임사이트(Social Networking Site) 마이이어북(Myyearbook.com) 창업자를 보도하기 바쁘다. 이 사이트의 창업자 데이비드 쿡(David Cook)·캐서린 쿡(Catherine Cook) 남매는 이제 18세·17세에 불과하다.

2005년 미국 뉴저지주 몽고메리 고등학교 학생이던 데이비드는 캐서린과 고등학교 연감(年鑑)을 보고 있었다. 당시 데이비드는 16세, 캐서린은 15세.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가 연감에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각 학생이 직접 편집할 수 있는 온라인 연감을 구상했다.


저녁식사에서 큰 오빠 죠프(Geoff Cook·29)가 이들이 이야기를 들었다. 죠프는 90년대 후반 하버드대 재학 당시 닷컴기업을 창업해 매각한 20대 벤처 기업인이었다.

흥미를 느낀 죠프는 25만달러(약 2억 3500만원)를 이들에게 투자키로 즉석에서 결정했다.

돈을 받아 쥔 이들은 자신들의 디자인을 종이에 그렸다. 목표는 오로지 ‘멋지게(cooler)’만드는 것.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사이트를 구축해주는 인도의 개발자에게 밤새 팩스로 보냈다. 2005년 4월 18일 마이이어북이 출발했다.

그리고 이들은 ‘대박’을 터뜨렸다. 회원은 2007년 현재 300만명이 넘는다. 결정타는 사진·동영상 등 자신의 콘텐츠를 다른 회원의 콘텐츠와 대결시키는 ‘대전(battling)’ 시스템. 대전 시스템의 승자는 제 3자인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며, 가상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가상 화폐를 받게 된다.

캐서린은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1주일에 25시간 정도 일했고, 통상적인 고등학생의 경험을 보냈다”며 “하지만 시간 관리, 30명의 직원 관리 등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걸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두 벤처 투자회사가 마이이어북에 410만 달러(약 38억 5000만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대학에 진학한 쿡 남매는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사용자 제작 컨텐츠(UCC)를 전문 편집자들이 편집해 발행하는 1인 미디어 ‘마이맥(Mymag)’을 선보였다. 커뮤니티로 발전한 마이이어북을 10대들의 온라인 미디어로 만드는 게 이들의 꿈이다.




사회 현상이 된 10대 창업

마이이어북만이 아니다. 10대 경영자의 등장은 최근 미국에서 사회적 현상이다. 마치 일정한 패턴을 가진 동화와도 비슷하다. 소녀나 소년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끄적이고, 저렴한 인도 개발자의 도움으로 사이트를 만든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또래의 방문객들이 디자인이나 아이디어에 매료돼 북적이면 이들은 순식간에 부자가 된다.

왓에버라이프(Whateverlife.com)을 만든 애슐리 퀄스(Ashley Qualls)가 대표적인 예다. 광고 담당자들이 마케팅 협력을 위해 오프라인에서 퀄스를 만나면 모두 17세라는 데 깜짝 놀란다. 그는 온라인 모임사이트 마이스페이스(myspace)에 사용할 스킨(skin·사용자의 홈페이지를 그림이나 사진으로 꾸며주는 배경)을 멋진 디자인으로 만들어 입소문이 났다.


마치 예쁜 옷처럼 소녀들의 홈페이지를 꾸며주는 그의 디자인 감각에 사이트가 폭발했다. 2006년 현재 그의 사이트에는 한 달에 700만명이 방문하고, 2000만개의 사이트 중 349위를 기록했다. 한 달에 매출이 7만 달러(약 6580만원)인 그는 얼마 전 25만 달러(약 2억 3500만원)를 들여 새 집을 샀다.

이외에도 소프트웨어 회사 컴케이트(Comcate)를 19세에 만든 벤 케스노카(Ben Casnocha), 15세에 온라인모임 사이트 피피엘파티(Pplparty.com)를 만들어 33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한 영국 소년 칼럼 브렌넌(Calum Brannan) 등 수도 없는 10대 창업자들이 인터넷을 휩쓸고 있다.

10대 창업자들의 강점은 무엇보다 또래인 10대들이 인터넷에서 찾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 철저하게 능력주위로 재편된 최근 인터넷의 흐름이 이들에게 힘을 더하고 있다. 위 사례에서 보듯, 약간의 자금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창업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금, 지역, 규모, 경험은 인터넷 사업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온라인 마케팅 회사 밸류클릭 미디어(Valueclick Media)의 이언 모레이(Ian Moray)는 퀄스에 대해 “개가 pc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며 ‘인터넷에서는 내가 개인줄 아무도 모른다’고 말하는 만화가 있듯 그가 17세일 줄은 만나기 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퀄스는 나이 세배 되는 사람들보다도 인터넷에서 뭘 해야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얼마나 지속될까?

10대 창업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 이들이 파고들 수 있는 10대 네티즌 시장이 온라인 모임 사이트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 한 인터넷 조사에 따르면 미국 10대의 55%가 온라인 모임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으며, 48%가 하루에 한번은 온라인 모임 사이트에 들른다.

온라인 모임사이트의 광고 시장은 9억 달러(약 8460억원)에 달하며, 2011년이면 25억달러(약 2조 3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10대 창업자들이 파고들 여지는 충분히 있는 셈이다.

더 중요한 것은 10대 창업자를 위한 창업 환경이 충분히 조성돼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의 편의성이 강조된 웹 2.0 시대의 도래로 창업자는 초창기 닷컴기업에서처럼 기술을 많이 알 필요가 없다.

게다가 벤처기업의 역사가 쌓이면서 사업이 커질 경우 자금, 인력관리, 법무 등을 담당할 전문 인력층도 두터워졌다. 예를 들어 마이이어북에는 하버드 MBA나 기존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배출된 인재가 즐비하다. 때문에 MBA는 고사하고 고등학교도 마치지 않은 경영자도 사업이 커지면 벤처 투자자의 도움을 받아 충분히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

경력관리 전문가 켄 소퍼(Ken Soper)는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이며, 그것을 표현하는 데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미래에는 창의성이 기업가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말했다.


◆마이이어북 (Myyearbook.com)

캐서린 쿡(Catherine Cook)과 데이비드 쿡(David Cook) 남매가 2005년 창업한 온라인 모임 사이트. 각각 15세와 16세에 창업한 사이트 답게 주로 10대들의 관심사를 반영하며, 퀴즈, 온라인 콘텐츠 대전(battle), 짝짓기(match)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메뉴들로 구성돼 있다. P&G, 파라마운트, 뉴트로지나 등 다양한 업체들과 공동 마케팅도 벌이고 있다.



◆온라인 모임 사이트 (Social Networking Site·SNS)

친목 등 다양한 목적으로 참가자가 모여 관계를 넓히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모임 사이트. 누구라도 자유롭게 회원으로 참가할 수 있는 개방형 서비스와 기존의 참가자가 초대하지 않으면 참가할 수 없는 폐쇄형 서비스가 있다. 회원들은 자신의 사진이나 글을 올리고, 다른 회원의 사진이나 글을 스크랩하는 기능 등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싸이월드(www.cyworld.com ), 미국의 마이스페이스(myspace.com ) 등이 대표적인 SNS다.


[백승재 기자 white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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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년 15세에 기술전문 온라인 미디어를 창업했던 아난드 쉼피(Anand Shimpi)의 2000년 무렵 사진. 당시 그는 창업을 위해 적지 않은 기술을 익히고 관련 서적과 하드웨어로 방안을 가득 채워야 했지만, 쿡 남매 등 최근 10대 창업자들은 고성능 PC와 발전된 인터넷 환경을